একষষ্টিতম অধ্যায়
이번 황권 교체에는 아무런 파란도 없었다. 두 명의 재상과 왕실 종정의 입회하에 태자의 즉위는 지극히 당연한 절차였다.
예부의 주도 아래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원래 태자가 즉위하면 구성언이 더 이상 조정을 뒤흔드는 좌상이 아닐 것이라 여겼으나, 뜻밖에도 그는 여전히 제사라는 칭호를 달고 국정에 간섭하고 있었다.
심지어 태조차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기이한 노릇이었다.
유일한 내부 사정을 아는 두 사람인 우상과 성친왕만이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선황이 승하하기 전, 구성언 홀로 침전에 오래 머물게 하였고 그가 나올 때 손에는 분명히 한 卷의 성지가 들려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선황의 유조였다.
그러나 구성언은 당시 그것을 널리 공표하지 않았으니, 이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세상에 공개될 유조임이 분명했다. 선황이 구성언에게 내린 면사금권이거나 혹은 제위와 관련된 것일 터였다.
태자는 그것이 두려워 즉시 구성언을 처단하지 못하고 도리어 그를 제사로 모시며 뜻에 따르고 있었다.
원래 두 재상 중에서는 우상이 상석이었으나, 현실적으로 구성언의 권력은 새 황제와 대등하게 맞설 정도였기에 모두가 그를 '구상'이라 높여 불렀다.
새 황제가 등극함에 따라 후궁이 모두 비어버렸고, 많은 이들이 탐탁지 않은 눈치로 연이어 상소를 올려 새 황제에게 간택을 권하며 후궁을 채울 것을 건의했다.
"폐하! 후궁이 비어 있는데 어찌 폐하의 자손을 이을 수 있겠사옵니까? 선황께서는 자손이 귀하셨으나 폐하의 연세에는 이미 아들이 있으셨사옵니다. 황실의 혈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폐하께서는 간택을 허락하시어 후궁을 채워주시옵소서!"
말을 꺼낸 이는 왕실의 종친으로, 선황보다 연세가 지긋하여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억지로 무릎을 꿇은 참이었다.
새 황제 역시 노신하를 매몰차게 다루는 악인은 아니었기에 급히 위 공공에게 명하여 그를 부축해 일으키게 했다.
"이에게 자리를 내어주어라! 앉아서 말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따지고 보면 선황께서 대부님을 당숙이라 부르셨으니, 대부님은 짐의 어른이십니다. 짐이 어찌 혼인하기 싫어서이겠습니까. 예전에 짐이 태자였을 당시 태자비 간택 문제로 많은 풍파가 일어났고, 선황께서도 직접 짐의 배필을 골라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다 병변이 일어났고, 부황께서는 그 전투를 겪으신 후로 건강이 날로 쇠약해지셨지요. 그래서 짐은 혹시 짐이 아내를 극하는 팔자가 아닌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폐하는 진룡천자이시니 일반 여인의 팔자로는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사옵니다. 그저 짓누를 만한 강한 팔자의 배필을 다시 찾으시면 될 일이옵니다."
새 황제의 눈빛에 수심이 깃들었다.
"말은 그리하지만, 짐은 여전히 무고한 이들이 까닭 없이 목숨을 잃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부황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들 된 도리로서 삼 년 간 상을 치르고 싶사옵니다."
노황숙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급급해하며 다시 무릎을 꿇었다.
"폐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선황을 향한 폐하의 효심은 하늘도 감복하실 것이나, 삼 년이라는 기한은 너무나 길옵니다!"
새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황숙의 말씀이 옳소. 차라리 일 년으로 줄이도록 합시다!"
이에 노황숙은 새 황제가 또다시 마음을 바꾸어 삼 년 상을 고집할까 두려워 감히 더 만류하지 못했다.
종친들을 돌려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수많은 신하들이 상소를 올렸다.
성친왕비의 친정인 진양백부에서는 자신들의 큰고와 새 황제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고는 맏딸을 성친왕부로 보내 왕비와 함께 경성에서 견문을 넓히고 예법을 익히게 하겠다고 청했다.
궁궐에는 여인의 손길이 닿는 곳이 적어 어른이 나서야 하는 자리 대부분을 성친왕비가 새 황제를 도와 도맡아 하곤 했다. 진양백이 꽃처럼 아름다운 자신의 딸을 왕비 곁으로 보낸 것은 수시로 황제를 직접 뵐 기회를 노린 것임이 자명했다.
그 저의가 무엇인지 다른 이들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뻔히 알 수 있었다.
진양백부의 이 규수가 최근 큰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마침 칠석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날이면 궁에서 야연을 베풀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바였다. 적지 않은 규수들이 한 달 전부터 의복과 장신구를 주문하여 연회에서 모든 이들을 압도하려 별별 공을 다 들였다.
그러나 진양백부의 이 규수는 다소 늦게 도착했고, 진양 지방의 의복 양식은 경성에서 유행하는 것과 사뭇 달랐기에 조급해진 나머지 엄청난 돈을 들고 난이각 문앞을 가로막아 자신에게 먼저 옷을 지어내라고 억지를 부렸다.
난이각은 장사를 하는 곳인 만큼 그들만의 원칙이 있었다. 먼저 계약금을 낸 이에게 우선권을 주는 법이라 아무리 많은 돈을 쥐여준다고 한들 가게의 원칙을 어기고 스스로의 명성을 깎아먹을 짓은 하지 않았다.
이 난이각은 원래 임서현의 자산이었으나 그가 황제가 된 후 일 처리가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며 사적으로 이 상점을 사기에게 맡겨 돌보게 하고 이익의 이 할을 나누어 주기로 하였는데, 그날 마침 그녀가 위층에서 장부를 대조하고 있었다.
궁에 돌아와 그녀는 이 일을 구성언에게 투덜거리듯 늘어놓았다.
새 황제는 당장 구성언을 내치지는 않았으나 함부로 부려먹으며 수시로 가혹한 요구를 해대곤 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전방의 군수 물자가 달리는데 호부는 왜 재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인가? 짐은 당장 현금을 보아야겠다!"
"폐하, 호부는 국고를 관리하는 곳이옵니다. 국고의 수입은 대체로 각 주부의 세금에서 비롯되는데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딱 그 정도뿐이니 신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사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사오니 신 또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새 황제는 콧방귀를 뀌며 갑자기 근 몇 년간의 세금을 감사하라고 명했다.
"그렇다면 네가 세금을 만들어내지 못할지라도 조사하는 것쯤은 할 수 있겠지! 자초지종을 명확히 밝혀라. 네게 보름의 시간을 줄 테니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호부의 관리들은 구성언을 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고, 밤낮을 쉬지 않은 끝에 마침내 새 황제가 요구한 기한 내에 대조를 마치고 명단을 정리하여 새 황제에게 올렸다.
그 명단 속에는 단연 진양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이 호부에 명하여 각 주부의 세금을 대조하게 하였사온데, 적지 않은 곳이 상소를 올려 천재지변을 겪었다며 이 삼 년간 국고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사옵니다. 지난날 강남에 수해사태가 일어났을 때 폐하께서 신을 보내 수습하게 하신 이래로 천재지변을 겪은 주부는 그해의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인자한 정사가 생겼사오나, 그것이 여러 해의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뜻은 아니었사옵니다."
국고는 호부가 관장하는 터라 예전에 임서현은 태자였을 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으나, 이제 그는 등극한 몸이었고 온 누리의 모든 땅이 왕의 땅이며 난릉의 모든 것이 그의 소유였다.
새 황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대담하구나! 감히 짐의 자비를 탐욕의 이유로 삼고 핑계를 대어 제때 세금을 바치지 않다니! 누가 감히 이토록 대담한 짓을 저지른 것인가?"
새 황제는 분노하며 구성이 정리한 명단을 바닥에 내던졌다. 앞줄에 서 있던 대신들은 명단에 적힌 어마어마한 숫자를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진양부였다!
"군주를 기만하고 백성을 업신여겼으니 그 죄가 마땅히 죽어 마땅하다! 모두 끌고 가 가산을 몰수하라! 북방 군수 물자의 부족한 부분을 이로써 채우도록 하라!"
뒤의 이 한마디가 바로 진정한 목적이었다.
"폐하, 이 일은 연루된 자가 너무나 많사옵니다. 만일 일률적으로 가산을 몰수하고 처벌하신다면 조정의 신하들이 스스로 목을 죄는 심정으로 두려워 떨 것이옵니다. 게다가 이로 인해 비어버린 관직을 당장 채울 마땅한 인재도 찾기 어려우니 폐하께서는 심사숙고하여 주시옵소서!"
"세금 납부가 늦어진 것은 죄가 되나 죽을죄까지는 아니옵사니 폐하께서 아량을 베풀어 가벼운 처벌로 다스려 주시옵소서!"
조정 대신들의 혼맥 관계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집집마다 친척 중 한두 명은 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니 오직 낯짝을 두껍게 하고 다 같이 목숨을 구걸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구성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폐하, 법은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벌하지 않는 법이옵니다. 그들 역시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 터이니 각 주부로 하여금 기한 내에 세금을 완납하게 하심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 선황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거늘 이토록 크게 소란을 피우면 자칫 선황의 안식을 방해할까 염려되옵니다."
모두가 새 황제가 지극히 효심 깊은 성품임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선황을 기리기 위해 스스로 간택을 연기한 그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지금 후궁에는 단 한 명의 여인도 없었다.
이에 대신들이 일제히 구상의 뒤를 이어 아뢰었다.
"신들도 윤허하옵니다! 폐하께서는 선황을 보아 저들을 잠시 용서하시고 공을 세워 죄를 씻을 기회를 주시어 부족한 세금을 조속히 채우게 하여 주시옵소서!"
새 황제는 아래에 서 있는 구상을 힐끗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그 서늘한 웃음에 대신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렇다면 구상의 말대로 따르도록 하라! 저들로 하여금 속히 세금을 짐에게 바치게 하되, 단 한 푼도 모자라서는 안 될 것이다! 퇴궐하라!"
대인들은 잇따라 구상에게 감읍하며 눈물을 흘렸다. 새 황제의 처사가 갈수록 매몰차고 잔인해져 자칫하면 가산을 몰수당하기 십상이었던 터라 벼슬을 잃는 것은 이제 가장 가벼운 처벌에 불과했다!
"폐하께서는 북방의 전사에 마음을 쓰고 계시옵니다. 우리 난릉의 강점은 화약과 병기에 있으나, 하필 이 두 가지의 제작 비용이 막대하여 폐하께서 부득불 쥐어짜듯 은전을 마련하고 계신 것이옵니다. 대인들께서는 돌아가시어 서둘러 재촉하십시요. 어느 집안에 친척이 없겠사옵니까? 설마 친족이 가산을 몰수당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실 참이십니까? 제 말이 그 말 아니겠사옵니까."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구상씀의 말씀이 지극히 옳사옵니다!"
온 난릉이 숨을 죽이고 몸을 납작하게 사린 채 살아갔다. 사치스러운 풍조는 자취를 감추었는데, 혹여라도 폐하의 눈에 집안이 부유해 보여 군수 물자를 채운다는 핑계로 가산을 몰수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각 주부들은 불이 나듯 동분서주하며 세금을 긁어모았고, 결국 대부분 완납할 수 있었다. 다만 극소수가 배짱을 부리며 버티다가 새 황제의 어명이 떨어져 납부 마감일 당일에 그들의 가문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재산을 탈탈 털렸다.
이로써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새 황제는 일벌백계의 명수였고, 구상은 그래도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주었지만 새 황제의 손에 걸리면 목을 씻고 참수당할 날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 마음속으로 어두운 생각을 품고 구성언이 망하기를 고소해하던 자들이 오히려 이제는 매일 같이 구상이 꼲꼲히 버텨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새 황제가 견제할 상대를 잃어버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사정없이 처단하고 잘못을 뉘우칠 기회조차 주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칠석 야연에서 규수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지나칠 정도로 검소한 차림을 하고 머리의 금장신구마저 명주실 꽃으로 대체한 터라 볼거리가 예전만 못했다.
상석에 앉은 새 황제는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으며 연거푸 술을 비웠다.
"짐의 마음이 매우 기쁘니, 오늘 경들과 함께 마시며 취할 때까지 마시노라!"
신하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당연히 기쁘시겠지요! 이 신하들의 주머니 속에서 수년간 모아온 은전들이 전부 폐하의 곳간으로 들어갔으니, 누구인들 안 기쁘겠습니까! 이 조정 통틀어 폐하만이 가장 즐거우실 터이지요.'
물론 이는 속으로만 삼키는 불평일 뿐 대부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새 황제의 성품은 잡을 길이 없어 죽기 싫다면 잠시 엎드려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수십 년간 평안한 세월을 누려왔던 난릉의 신하들은 이 새 황제의 성질머리에 적응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관직을 버린다면 달리 먹고살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황제의 손에는 화약과 병기, 그리고 영위까지 들려 있었다!
대내외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신하가 약해지는 것은 고대부터 변치 않는 이치였다. 게다가 살지 못할 세상도 아니었고 맨 앞에는 여전히 구상이 버티고 서 있지 않은가.
구상 본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새 황제와 한통이 되어 놀아나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사방에서 날아오는 감사와 숭배의 눈빛을 자연스럽게 받아넘겼다. 신하들은 가장 두려워하는 새 황제의 세 가지 무기 중 두 가지가 사실은 그가 쥐고 있는 것임을 전혀 몰랐다.
세금 문제 역시 누이가 집에서 우연히 늘어놓았던 불평 한마디에서 비롯되어 임시로 새 황제와 연극을 벌이며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새 황제는 술을 한 잔 마신 뒤, 구성언 주변의 분위기를 넌지시 훑고는 눈을 내리깔며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
'바람처럼 맑고 깨끗해 보이는 구상은 겉보기엔 부처의 마음인 양하나 속내는 검디검은 심보를 품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