২৩তম অধ্যায়: ভলা ভলা~
학당에 새로운 아이가 중간에 들어왔다.
민 박사는 먼저 다른 아이들에게 심화의 이름과 신분을 소개했다.
그 후 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시서예악과 기사(말 타기와 활쏘기)라니, 심화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심화가 고대에서 처음 들은 수업은 산수였다.
아이는 처음에는 신기한 듯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민 박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수업이 길어지자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두 작은 손을 턱 아래에 괴고, 얼굴 전체를 책상 위에 묻어버렸다.
공부하거나 글씨를 쓰기엔 불편한 높이였지만, 심화가 보기에 잠자기에는 딱 좋은 높이였다.
손이 저려오면 낑낑대며 책상 위의 책을 끌어당겨 턱 밑에 괴고 다시 잠을 청했다.
류쟁은 선생이 가르치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류가에 있을 때 진작 다 배웠던 내용이라, 지금 당장 중생사(중급반)로 옮겨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막 작은 외사촌 동생이 동사(초급반)에 들어왔으니, 어머니께 말씀드려 동사에 1년 더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류쟁은 곁눈질로 아이의 작은 움직임을 살폈다.
아이는 조용히 얼굴을 책상에 묻고 있었는데, 아마 불편한지 잠시 후에는 고개를 돌려 자세를 바꾸곤 했다.
뽀얀 턱에는 어느새 붉은 자국이 남았다.
사촌 형은 몇 번이고 힐끔거리다 강의 중인 민 박사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자신의 손을 뻗어 아이의 턱을 받쳐주었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돌려 사촌 형을 바라보았다. 기름을 훔쳐 먹는 생쥐처럼 살며시 웃어 보이더니, 작은 두 손으로 형의 손을 감싸 턱을 괴었다.
단상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민 박사는 새로 온 학생이 가장 어리고 또 꽤나 얌전하게 굴기에 눈감아 주기로 했다.
그러다 아이는 완전히 잠이 들었다.
아주 곤하게 말이다.
류쟁은 말없이 아이를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서 자게 했다.
아이의 볼이 눌려 빵빵하고 말랑해진 채였다. 사촌 형은 겉으로는 엄숙하게 앉아 민 박사의 강의를 듣는 척했지만, 몰래 아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았다.
말랑말랑한 촉감이 참 좋았다.
민 박사가 눈을 치켜뜨고 한 번, 두 번 쳐다보았다.
류가의 작은 공자는 표정만큼은 매우 진지하고 학구적이었으나, 책상 아래로 숨긴 손만 아니었으면 딱 좋았을 터였다.
심화는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점심시간이 되어 민 박사가 나가자 교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척염병이 몸을 돌려 류쟁 앞의 긴 책상에 엎드리며 의아한 듯 물었다. "어라? 우리 동생은 어디 있어?"
류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친구와는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척염병은 곧 잠든 아이를 발견하고 목을 길게 빼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동생, 이렇게 반나절이나 잔 거야? 동생아, 빨리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떴어!"
아이는 아직 몽롱한지 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여 일어나려 했다.
입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연교야..."
류쟁이 아이를 부축해 앉히며 물었다. "물 마실래, 심화야?"
그제야 심화는 자신이 학교에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오늘 연교와 하릉은 그를 따라 태학에 오지 않았다.
아이는 통통한 손으로 눈을 비비며 앉았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멍하니 있다가 사촌 형이 주는 물을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관자놀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입가에는 침까지 묻어 있었다.
류쟁이 자연스럽게 닦아주며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심화는 민 박사님 강의가 좋았어?"
오전 내내 잠만 잔 심화는 그저 눈만 깜빡였다. 건너편에서 자신을 보며 싱글벙글 웃는 척염병을 보고 나서야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다.
각 집안의 하인들과 궁인들이 아이의 점심을 가져왔다.
류쟁은 심화를 데리고 밖의 작은 정자로 나가 척염병, 그리고 또 다른 아이와 함께 앉았다.
동궁 쪽 사람들이 왜인지 오지 않아 류가와 항친왕부에서 보낸 음식들이 석탁 위에 가득 차려졌다. 심화는 양쪽에서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
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오황자가 정자로 다가왔다.
그는 식탁 위를 훑어보더니 심화를 보며 마치 새로운 비밀이라도 발견한 듯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봐, 동궁에서는 점심도 안 보내주잖아. 너 여기 있는 것도 잊어버린 거야. 아무도 널 안 좋아해, 이 미운 꼬맹아!"
그러고는 덧붙였다. "너희가 먹는 건 맛없어. 우리 어머니가 보내주신 게 제일 맛있거든. 너희들은 구경도 못 해봤지?"
뒷짐을 지고 있던 그는 의기양양하게 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포도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초록색 포도가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게 빛나며 물방울까지 맺혀 있어 아주 달고 맛있어 보였다.
손바닥만 한 작은 송이였다.
오황자는 그것을 아주 귀하게 여기는지 하나도 따 먹지 않고 자랑부터 했다.
심화는 오물오물, 척염병이 넣어준 커다란 홍소육을 힘겹게 삼켰다. 입안 가득 고기 향이 퍼졌다.
그는 평가했다. "시다."
오황자는 즉시 화가 나서 통통한 볼을 부풀리며 씩씩거렸다. "신 거 아니거든! 이건 청포도야, 너 먹어본 적 없지! 그것도 모르면서!"
심화는 무고한 눈으로 깜빡이며 말했다. "그럼 너 먹어봐."
경고는 했다. 나중에 시어서 울어도 내 탓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오황자는 심화의 시선 속에서 몹시 분해했다. 자신이 가져온 귀한 것이 맛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았다.
앞으로 자신을 때린 이 아이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겠는가?
오황자는 포도 두 알을 한꺼번에 입에 넣고는 크게 입을 벌렸다. "아~" 소리를 길게 끌며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한입 깨무는 순간, 덜 익은 포도의 신맛이 입안 가득 터졌다.
오황자는...
"으악!" 하고 포도를 뱉어냈다. 어린 얼굴이 쭈글쭈글해지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살면서 이렇게 신 것은 처음 먹어본 듯, 머리끝까지 찌릿한 신맛에 포도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엉엉 울며 뛰어 나갔다.
신맛 때문인지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모를 울음소리가 멀어졌다.
심화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청포도야 물론 먹어봤다. 잘 익으면 달콤하지만, 덜 익은 건 이가 시릴 정도로 시다.
그 포도는 며칠 전 동궁에도 보내졌고, 이모가 그에게도 많이 보내주었다.
물론 심화 본인도 한 입 먹어보고는 다시는 안 먹었지만, 그런 사실을 남에게 말할 리는 없었다.
척염병은 마치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 듯, 오황자와 심화를 번갈아 보다가 그가 울며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경외심을 느꼈다. "우리 동생 정말 대단하네. 왜 전에 5황자를 때렸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처음엔 안 믿었는데 이제 믿겠어."
심화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내 악명(?)이 벌써 여기까지 퍼졌나? 유치원생들도 다 알 정도인가?'
하지만 심화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자기 점심은 아직 안 오는 걸까?
물론 남의 밥을 얻어먹는 재주가 있으니 굶을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심화가 막 신이 나서 "형, 나 저거 먹을래!"라고 하려는 찰나, 충홍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저하께서 도련님을 보러 오셨습니다."
저하?
심화의 눈이 번쩍 뜨였다. 고개를 돌려 정자 밖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작은 태자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아이는 석의자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동작이 너무 빨라 옆에 있던 류쟁이 깜짝 놀라 넘어지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아이는 짧은 다리로 씩씩하게 태자에게 달려갔다.
"형! 형!"
입가에 기름기도 닦지 않은 채였다.
척언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먹고 노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
오는 길에는 혹시라도 자신이 늦게 와서 심화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충홍이 사촌 형이 함께 있다고 말해주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키운 아이를 류가의 그 아이가 잘 돌볼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자에 도착해 보니 아이는 입가에 기름을 묻힌 채 사촌 형과 친밀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아주 잘 지내고 있어서 자신이 굳이 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태자의 마음 한구석이 조금 시큼해졌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달려와 안겼다.
태자는 머릿속을 스치는 복잡한 생각들을 잊고 몸을 낮춰 심화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싫은 내색 없이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아이는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손에도 묻었어, 형. 닦아줘."
그러고는 입술을 삐죽이며 어리광을 부렸다. "형 왜 이제 왔어, 나 벌써 많이 먹었단 말이야."
그러면서 깨끗해진 작은 손으로 볼록해진 배를 톡톡 두드렸다.
척언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그는 한 손으로 손수건을 접어 충홍에게 건네며 낮게 말했다. "형이 맛있는 거 가져왔는데, 배가 부르면 더 먹을 수 있겠어?"
심화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래!"
어찌 안 먹겠는가, 아직 반밖에 안 찼는데.
정자 안의 다른 사람들은 척언에게 예를 갖췄다.
척언은 아이를 다 닦아주고 나서야 그들을 보았다. "수고들 했다. 앉아라. 나는 그저 심화를 보러 온 것뿐이니."
충홍은 눈치가 빨랐다. 즉시 뒤따라온 궁인들에게 상을 정리하게 하고 가져온 음식을 차리게 했다. 그리고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소군왕님, 류 공자님, 정 공자님, 함께 드시지요. 우리 도련님을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척염병은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당장이라도 현장을 탈출하고 싶지만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민 박사 앞에서도 저런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류쟁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 "저하와 공공께 감사드립니다. 심화는 제 외사촌 동생이니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는 사촌 동생을 보았다. 태자가 왔으니 아이가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가 몸을 일으켜 직접 안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태자가 아이를 한 팔로 안은 채 심화가 앉아 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버렸다.
류쟁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척언은 아이들 틈에 앉아 영락없는 어른의 모습으로 이질감을 자아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작은 정자가 순식간에 좁아진 느낌이었다.
심화는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더 이상 머리만 내미는 신세가 아니게 되었다.
그는 척언에게 기대어 명령했다. "형, 나 저거 먹을래!"
닭다리! 커다란 닭다리!
척언은 아이의 뜻대로 닭다리를 집어주었다. 아이가 손으로 직접 잡고 먹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심화는 맛있는 것은 주인공에게 먼저 한 입 먹여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고개를 들어 작은 손에 든 닭다리를 내밀었다. "형, 먹어!"
작은 태자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고개를 숙여 아이의 손에 들린 닭다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는 아이가 음식을 내미는 의미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먹으라는 뜻이지, 진짜로 크게 먹으라는 뜻은 아니었다.
심화는 한 입 베어 문 닭다리를 보고 만족스러운 듯 다시 열심히 뜯어먹기 시작했다.
척염병은 태자와 심화가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내는 모습을 보다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류쟁을 보고는 정가네 작은 공자를 쳐다보았다.
'우리 둘이 나갈까?'
정 공자의 눈빛은 '내가 감히 움직일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태자는 대부분 사람에게 위엄 있고 높은 존재였다. 비록 자신들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른들의 입을 통해 들은 태자의 차갑고 냉철한 성격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제 직접 척언을 보니 더더욱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척염병조차 고양이를 만난 생쥐 꼴이었다. 왕부에서 자신의 조부가 태자와 정사를 논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태자는 지금보다 더 어렸음에도 이미 무시무시했다.
지금은 더 무서워졌다.
류쟁이 그 자리에 꿋꿋이 앉아 있는 것이 대단할 뿐이었다.
아마도 두 생쥐의 벌벌 떠는 기운이 너무 선명했나 보다. 척언은 아이를 먹이다가 그제야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썼다.
자신의 아이 이외의 사람들을 볼 때 그의 눈에는 그 다정함이 없었다.
태자는 척염병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학당에서 그를 좀 봐주거라. 5황자가 그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물을 마시던 척염병은 물을 뿜을 뻔했다.
그는 공손히 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황숙. 제가 꼭 동생을 잘 돌보겠습니다."
태자의 검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심화는 나를 형이라 부른다."
척염병은...
닭다리를 뜯던 심화는 귀를 쫑긋거리다가 그 말에 닭다리 살이 목에 걸려 크게 기침을 했다.
이건 또 무슨 엄청난 서열인가?
척언은 한 손으로 아이의 턱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등을 두드려주었다. 입안의 고기를 뱉게 하고 물을 조금 먹이며 부드럽지만 조금은 나무라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천천히 먹어라."
심화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침을 했다.
척언이 낮게 말했다. "하학하면 집에서 먹어라. 이미 배부르잖아."
손으로 아이의 볼록한 배를 덮어주었다. 더 먹으면 체할 것 같았다.
심화가 작게 물었다. "형, 형이 쟤 삼촌이야?"
척언이 대답했다. "응."
그는 작은 공을 놀렸다. "심화가 쟤보고 너한테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돼."
아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중얼거렸다. "싫어."
그럴 필요까지야.
척염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서열이 한 단계 더 내려갈 뻔했다.
만약 심화를 작은 삼촌이라 부르게 된다면 류쟁도 자신의 삼촌이 되는 셈이고, 그럼 이 동사의 아이들 절반 이상이 자기보다 서열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심화가 마음을 바꾸지 못하게 척염병은 기지를 발휘해 다른 문제를 꺼냈다. "황숙, 그런데 5황숙은 저도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는 뺨을 긁적였다. "저는 조카니까, 혹시 5황숙이 운비 마마께 일러바치면..."
척언이 말했다. "나한테 일러바치면 된다."
품 안의 심화는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이 싫은지 짧은 다리를 흔들며 작은 손을 들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젖먹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일러바칠 수 있어!"
게다가 자신은 당당한 열여덟 살 남고생인데, 겨우 대여섯 살짜리 꼬맹이한테 괴롭힘을 당하겠는가? 누굴 무시하나?
척언은 아이 머리 위의 솜털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너희가 두 번 일러바치면 되겠구나."
아이는 자신이 괴롭힘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몸을 비틀어 척언에게 바닥을 가리켰다. "쟤 아까 울었어! 내가 울린 거야."
대여섯 살 꼬맹이가 창피해서 화를 내며 울어버린 것이다.
척언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포도를 보았다. 그것은 어전 공물로 궁에만 있는 것이었다. 누구 것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마 5황자가 포도를 던지고 울며 떠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척언이 칭찬했다. "심화가 정말 대단하구나."
심화는...
물론 자기가 대단하긴 하지만, 지금 그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자기는 악당이라서 일러바치지 않아도 악당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고!
진짜 남자는 스스로 왕국을 세우는 법!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주인공님, 당신의 조정 사업이나 잘하세요. 유치원 일은 형이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척언은 특별히 동사에 아이를 보러 왔다.
태학의 제주와 학감, 학사들은 모두 달려 나와 알현하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척언은 아이를 보고 잘 적응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번 방문은 자신이 이 아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
심화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고, 또 그럴 능력과 수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이런 깊은 뜻까지는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순진한 열여덟 살 남고생 심 공자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부모가 아이를 걱정해서 찾아온 줄로만 알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 다닐 때마다 부모님은 물론 삼촌, 이모들이 학교에서 몰래 울고 있을까 봐 틈만 나면 간식을 들고 찾아오던 기억을 떠올렸다.
보호자가 떠나고 심 공자는 학교를 조금 더 둘러보기도 전에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너무 멀리 돌아다닌 탓에 류쟁이 아이를 안고 미친 듯이 달렸다. 척염병과 둘이서 공자의 체면 따위는 잊고 지각해서 민 박사에게 찍히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허겁지겁 교실로 돌아와 책을 펴고 아이를 앉혔다.
민 박사가 들어오기 전, 5황자가 느릿느릿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그는 첫 번째 줄 자기 자리로 걸어가 심화를 쳐다보았다. 분하고 억울하지만 아무 말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고는 심화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크게 "흥!" 하고 코를 뀌었다.
그러고는 제 자리에 앉아 책을 세게 넘기며 소리를 냈다.
심화는 생각했다. '마치 엄마한테 화내고 방에 들어갔는데 문은 세게 못 닫는 모습 같네.'
심화는 이 버릇없는 아이가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의자 아래로 늘어뜨린 짧은 두 다리를 즐겁게 흔들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것 같았지만, 보는 사람까지 덩달아 즐겁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사촌 형은 눈을 내리깔고 아이의 통통한 다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며 자신도 따라 흔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 커버려서 다리가 땅에 닿아 흔들거릴 여지가 없었다.
사촌 형은 속으로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수업도 지루했다. 하지만 하학 시간은 의외로 빨랐다.
아이는 첫날 사귄 친구인 척염병과 정 공자에게 젖먹이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하고 사촌 형의 손에 이끌려 마차에 올랐다.
마차 바퀴가 굴러가며 궁문으로 향했다.
*
심가네 적자가 태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은 하룻밤 사이에 아이들을 통해 집집마다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함께 퍼진 소식은 작은 태자가 동사에 심가 적자를 보러 갔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없는 집안도 하인들이 시장에 나갔다가 소식을 듣고 알게 되었다.
노국공과 노부인은 이틀 전 태자가 심화를 한 달간 동사에 보내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두 어른은 아이를 너무 일찍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까워했지만, 태자가 아이에게 친구가 필요하니 한 달만 적응시켜 보자는 말에 설득당했다.
하지만 심국공인 친아버지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날 밤, 정 첩은 하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태자 저하께서 우리 도련님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눈이 있으면 다 알지. 동사까지 직접 가서 달래주셨다잖아."
"나도 들었어. 태자 저하의 위엄이 대단해서 태학 사람들이 전부 무릎을 꿇었다던데? 학사들이랑 제주라는 높은 관리들한테 우리 도련님 잘 돌보라고 엄명을 내리셨대!"
"도련님은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거야. 이렇게 어린 나이에 태학에 가다니. 내 형제네 집에서 일하는 부잣집 도련님도 태학에 들어가려고 몇 번이나 시험을 봤는데 돈을 싸 들고 가도 안 되더라고."
"말해서 뭐 해. 태자 저하께서 저렇게 총애하시는데, 태자 저하가 미래의 황제잖아. 나중에 즉위하시면 우리 도련님은 분명 높은 벼슬을 하실 거야."
"쉬잇! 목소리 낮춰. 누가 들을라."
하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지나가던 정 첩은 손에 든 비단 손수건을 꽉 쥐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살구색 눈에 노기가 스쳐 지나가며 우아한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하지만 곧 표정을 관리했다.
요즘 심국공은 다른 첩에게 빠져 있었다. 다행히 정 첩의 지위는 견고하여 대부분의 시간은 그녀의 방에서 머물렀다.
정 첩은 심국공을 눕히고 부드럽게 말했다. "국공, 오늘 들으니 심화 도련님이 태학에 들어갔다더군요."
심국공이 대답했다. "음, 들었소. 태자가 보러 가기도 했다더군. 어쨌든 심가 적자인데 그런 일을 친아버지인 나에게 한마디도 알리지 않다니."
표정이 조금 좋지 않았다.
정 첩은 부드럽게 말했다. "도련님은 어차피 태자 저하께서 가르치시니 국공님과 친하지 않겠지요. 1년 내내 명절 때나 국공부에 들를 뿐, 거의 동궁에 머무시니까요. 아이란 게 원래 누구와 오래 지내느냐에 따라 친해지는 법이니까요."
심국공은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친아들을 남이 키워서 친아버지를 몰라보게 하다니, 세상에 그런 도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상대가 태자라 뭐라 할 수도 없어 불만만 표시할 뿐이었다.
정 첩이 살며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연이가 며칠 전부터 심화 동생을 찾더군요. 도련님이 국공부에 온 지 오래되어 보고 싶어 해요. 형제간의 정이 참 두텁지요."
자신이 키운 심연을 언급하자 심국공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음, 연이는 성격이 좋아서 당신을 닮았지. 며칠 전 장 선생이 연이가 총명하고 시서를 빨리 배운다더군. 잘 공부하면 나중에 장원 급제를 해서 국공부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을 거야."
심국공은 노국공이 칼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가업을 잇지 못하고 문관으로 돌아섰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믿어 장원 급제를 노렸다. 하지만 춘위와 추위에서 몇 번이나 낙방하고 결국 거인에 머물렀다.
심국공은 마음이 편치 않아 심연이 공부를 잘하자 그에게서 설욕을 기대했다.
심화라는 적자에 대해서는?
심국공은 애초에 생각지도 않았다.
정 첩이 부드럽게 말했다. "저는 그런 건 잘 모르지만, 큰 도련님이 총명해서 국공님이 기쁘시다면 좋지요. 그런데 듣자 하니 과거 시험을 보려면 태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고, 장원 급제자들 상당수가 태학 출신이라더군요..."
심국공이 말했다. "당연하지. 태학은 관학이라 천하의 학자들이 누구나 동경하는 곳 아니겠소. 거기 학사들도 다 거인 출신이고, 지금 제주는 옛날 장원 급제자라 나와도 친구 사이요."
문득 생각이 난 듯 심국공이 말했다. "당신이 좋은 생각을 알려줬구려. 심화가 동사에 갔는데 연이는 그보다 반년이나 더 크니 다섯 살이면 동사에 들어갈 나이요. 내일 제주를 만나러 가서 연이도 동사에 입학시키겠소. 장 선생보다 학사들에게 배우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까."
정 첩의 눈에 만족스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저는 잘 모르니 국공님께서 결정하세요."
*
심화는 동궁으로 돌아온 후 녹초가 되어 당장이라도 꿈나라로 갈 것만 같았다.
아이의 에너지는 파도처럼 굴곡이 심했다. 방금 전까지 활력이 넘치다가도 1초 만에 배터리가 1%로 떨어져 꺼지기 직전이었다.
그는 간신히 버티며 목욕을 하고 연교의 품에 안겨 머리를 말렸다.
하릉이 물었다. "도련님 오늘 태학에서 즐거우셨나요? 학사님 강의가 송 소부님 강의보다 쉬웠나요?"
평소라면 쉴 새 없이 재잘거렸을 아이가 기운 없이 대답했다. "즐거웠어. 안 쉬웠어."
하릉이 연교에게 손수건을 건네받아 아이의 머리를 마저 말렸다. 머리카락은 이미 반쯤 말라 있었다.
연교는 촛불 아래에서 아이가 하루 종일 입고 있었던 새 옷을 보았다.
깨끗한 것을 보니 아이가 아주 소중히 여긴 모양이었다.
연교는 웃으며 하릉과 함께 물었다. "도련님 오늘 학당에서 다른 공자님들과는 친해졌나요? 새 친구는 사귀었나요?"
"충홍 공공께 들었는데 류 공자님도 학당에 계셔서 함께 공부할 수 있다면서요."
아이는 통통한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동사에 스물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아직 다 말은 못 해봤고 오늘 척염병이랑 정학칙을 알게 됐어."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척염병은 항친왕 손자인데 태자 형을 황숙이라 불러야 해. 말도 많고 계속 떠들더라고... 정학칙은... 무슨 대사 아들인데, 한마디도 안 하고 자기 이름만 말했어..."
"그렇군요. 정 공자님과 왕손님이 딱 맞네요."
아이가 조용해졌다. 연교와 하릉이 돌아보니 작은 녀석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촛불이 아이의 하얗고 발그레한 볼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까마귀 깃털처럼 길고 짙은 속눈썹이 내려앉아 잠결에 살짝 떨리며 볼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이가 잠꼬대를 했다. "...음, 의자가 너무 낮아. 너무 높았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연교와 하릉은 알아들었다.
두 궁녀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연교가 몸을 숙여 아이를 안고 하릉이 아이의 등과 따뜻한 볼을 받쳐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혔다.
연교는 숨을 죽이고 속삭였다. "내가 나가서 충홍 공공께 말하고 올게."
하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침, 심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특제 작은 의자를 선물 받았다!
밤새 만들어 급하게 작업하느라 칠도 채 하지 못한 의자였다.
심화는 이런 작은 물건들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의자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신이 났다. 마치 어릴 적 자신만의 작은 바구니와 호미를 얻은 듯한 즐거움이었다.
충홍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도련님, 오늘은 학당에서 이 의자에 앉으시고, 이틀 뒤에 다른 의자가 완성되면 그때 바꾸시지요."
심화는 상관없었다. 칠하지 않았어도 예쁜 작은 의자였다!
그는 마차에 올라 내내 자신의 작은 의자를 쳐다보며 통통한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만지다가 심화는 문득 생각이 났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주인공을 한 번도 못 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충홍에게 물었다. "충홍, 형은?"
충홍이 싱글벙글 대답했다. "저하께서는 조회에 가셨습니다. 오늘 하학하시면 저하를 뵐 수 있을 겁니다."
심화는 생각했다. '말이 되네.'
주인공은 매일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니 정말 대단하다.
과연 주인공이야!!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황성 밖 거리는 매우 활기찼다. 온갖 상인들이 골목을 누비고 양옆의 노점들이 준비를 하며 벌써부터 뜨겁게 호객을 시작했다.
아이는 작은 코를 킁킁거리며 맛있는 냄새에 이끌리는 모습이었다. 이미 아침을 먹고 왔는데도 말이다.
충홍이 웃으며 물었다. "도련님 뭐 드시고 싶으신가요? 제가 사 올까요?"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저 냄비 과자!"
그는 손을 뻗어 말했다. "네 개 줘! 내 돈으로!"
심화는 오늘 특별히 작은 주머니를 챙겨왔다.
그 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통통한 손가락으로 꾹 쥐고 충홍에게 건넸다.
어쨌든 자신도 자산이 있는 사람인데, 남의 돈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충홍은 웃으며 받았다. "네, 그럼 제가 사 오고 남은 돈은 제가 보관했다가 다음에 또 사 드릴게요."
심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충홍은 그 금화를 쓰지 않았다. 아이의 새끼손가락 반도 안 되는 크기지만 일반 상인들은 거스름돈을 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홍은 곧 과자를 몇 개 사 왔다. 고소한 냄새가 마차 안에 퍼졌다.
심화는 두 손으로 하나를 받아 들고 기쁘게 불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기뻐서 눈이 가늘어졌다.
정말 맛있었다.
태학 입구에 도착하자 충홍은 어린 내관에게 특제 작은 의자를 들게 했다.
오늘은 운 좋게 입구에서 사촌 형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학당에 도착하니 사촌 형은 이미 와 있었고, 척염병과 정학칙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심화가 기쁘게 외쳤다. "형!"
그는 충홍에게 받은 기름종이에 싸인 과자를 건넸다. "너 줄게, 빨리 먹어!"
수업 시작하기 전에 빨리 먹으라는 뜻이었다.
류쟁은 아이가 주는 음식을 받고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심화야."
내관이 들고 있는 의자를 보고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가에 찰나의 아쉬움이 스쳤다.
한발 늦었다. 자신이 사촌 동생을 위해 만들던 의자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홍 공공은 한눈에 알아봤다.
심화의 의자 위에는 방석도 하나 놓여 있었다.
그는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심화 도련님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류 공자님. 이 방석도 아주 잘 쓰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내관에게 지시해 의자를 바꾸고 방석을 깔게 했다.
의자가 놓이는 것을 애타게 바라보던 아이는 당장이라도 기어 올라가 새로운 보좌를 시험해보고 싶어 했다.
충홍이 안아서 올려주자 심화의 시야가 확 트였다! 몸의 절반이 밖으로 드러날 정도였다!
아주 좋아!
이 보좌, 형은 아주 만족해!
그는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과자를 들고 계속 뜯어먹었다.
짧은 다리가 즐겁게 흔들렸다.
척염병과 정학칙이 함께 들어왔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어제는 머리만 보이던 꼬맹이가 오늘은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자기 얼굴보다 큰 과자를 들고 있었다.
아이가 그들을 보자 통통한 손을 흔들었다. "과자 먹어!"
충홍은 그제야 깨달았다. 나머지 과자 두 개는 저하를 위해 남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친구들을 위한 것이었구나.
그는 과자를 척염병과 정학칙에게 건넸다.
척염병은 아이의 높은 의자 주위를 한 바퀴 돌며 흥분했다. "나도 앉아봐도 돼?"
아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척염병이 입을 삐죽였다. "치사해. 하지만 과자는 고마워. 아침에 급하게 오느라 아침도 못 먹고 조부님께 쫓겨났거든."
정학칙도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용히 과자를 먹었다.
심화는 이 과자를 절반쯤 먹고는 더 먹을 수 없었다.
충홍은 이미 돌아갔고, 작은 내관과 궁녀 하나만 남겨두어 심화가 필요할 때 부르게 했다.
류쟁이 있으니 거의 그들을 쓸 일은 없었다.
심화는 과자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왠지... 음, 보기에 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몰래 과자를 집어 등 뒤로 감췄다.
새 의자의 등받이에는 턱이 있어 물건을 걸칠 수 있었다.
아이가 과자를 감추는 모습이 은밀해서 류쟁조차 잠시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의 5황자도 시간에 딱 맞춰 들어왔다.
어제 심화 앞에서 망신을 당한 뒤라, 오늘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심화를 무시하고 당당하게 제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민 박사가 들어왔다.
아이들은 책을 펴고 일어서서 학생의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했다.
심화는 예외였다. 짧은 다리가 공중에 떠 있어서 승하차(?)는 항상 남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번 수업 시간, 심화는 잠들지 않았다.
책상에 닿을 수 있으니 할 일이 생겨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다.
심화가 쓰는 것은 작은 붓이었다. 일반 붓은 손이 짧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손이 서툴러 척언이 잉크를 사방에 묻힐까 봐 잉크를 많이 머금지 못하는 작은 붓만 주었다.
심화는 한 손으로 화선지를 누르고 비스듬히 엎드려 가느다란 붓끝으로 윤곽을 그렸다.
척염병과 정학칙의 뒷모습이었다.
상당히 진지하게 그렸다.
단상의 민 박사는 아이가 끄적이는 것을 보고 늘 그렇듯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가 소란만 피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류쟁은 호기심에 가끔 힐끔거리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림이... 꽤 괜찮았다.
이런 화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려낸 선들이 현재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졌다.
류쟁은 책 내용을 외우면서도 반쪽 눈은 아이에게 두었다.
두 사람은,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다른 소음은 모두 무시했다.
교실 뒷줄에서.
어떤 아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는 조용히 목을 움츠리며 책 읽는 소리를 틈타 옆자리 친구에게 말했다. "나 너무 배고파. 아침에 너무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코가 이상해졌나 봐. 맛있는 냄새가 나."
옆자리 친구도 힐끔거리며 민 박사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작게 대답했다. "나도 났어. 정말 맛있는 냄새야."
"학당에선 음식을 가져오면 안 되는데."
"배고파서 그렇겠지. 정오까지만 참아."
"꼬르륵~~~"
"또 누가 배에서 소리가 나는데."
"들었어."
앞줄 아이의 귀가 빨개지며 더 엎드렸다.
"걔 배에서 나는 소리야."
"알아봤어."
"..."